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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은밀한 생

  갑자기 그들은 연주를 포기한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나중에 그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하고, 마약을 하고, 틀어박히고, 절망하다가 자살을 한다. 마치 그들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달음으로써, 정녕 그 원인에 선행된 결단에 설명을 붙여보려고 애쓰는 듯이 말이다.)
  나는 그들에게 거의 단도직입적으로――물론 네미를 이해하기 위해서였지만――그 음악적 자살 혹은 최소한 직업적 자살의 이유를 물었다.
  그들은 넋 나간 모습으로 쳐다볼 뿐이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말하려고 애쓴다.
  그들은 설명하려고 진지하게 애를 쓰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의 삶을 망가뜨리고――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적어도 명백한 욕망과는 달리――그들의 삶을 거의 강탈하다시피 한 결단을 진정으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그들 중 두 사람은 모른다고 겸허하게 고백하였다. 그들은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들은 두렵다.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유는 샘물처럼 분명하고 투명하다. 이것은 페드르를 부당하게 살해한 음모의 결과로 절필했던 라신이 한 말이다. 라신은 구르빌에게 창작의 기쁨은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불쾌감에 비한다면 하찮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상처받을 위험에 몸을 내맡기려는 욕망 키우지 않았다.
  <…>
  그것은 죽음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매번 새롭게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나는 이 죽을 수 있음이 연주가로서의 그녀를 멈추게 했다고 생각한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송의경 옮김, 문학과지성사, 2001, 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