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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Paul이라는 카페에 왔다. 시내 쪽에 있는 개인카페다. 예전에 후배 한 명이 나와 치킨을 먹기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카페인데 혼자 오자 와보는 것도 처음이고, 이 곳의 커피를 마시는 것도 처음이다. 시내에 있는 카페답지 않게 아늑하고 조용해서 마음에 든다. 다만 시내에 나올 일이 많지 않아서 얼마나 자주 올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내가 선배를 기다리고 있다. 저녁에 술을 마시기 위해서.


 바쁘지 않은데 바쁘던 시간이 지나가자 마음은 바쁜데 평온한 날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무등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인터넷을 통해 앞으로 하게 될 일들에 대해서 찾아서 프린트를 하고, 서점에 가서 일과 관련되어 보이는 책을 한 권 사서 이 카페로 왔다. 늘 느끼는 건데 왜 카페에서 트는 음악은 다 거기서 거기일까. 카페에서 틀어주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미 한 번 이 곳에 와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유행하는 노래를 여기서도 저기서도 트니까. 심지어 제목도 모르는데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도 있다. 그래도 이 카페는 유행하는 가요나 팝계열의 음악보다는 째즈풍의 음악을 틀어주니 독특한 느낌이 든다. 지금은 리메이트 된 듯한 Sunny가 나오고 있다.

 


보통 처음 오는 카페에서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먹어보는데 카라멜 프라프치노를 시켰다. 남자 사장님이 왠지 굉장히 시크해보이기도 하고, 카페에 손님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조금이라도 비싼 걸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커피와 함께 과자 같은 것을 주는데 과일을 준다. 달디 단 프라프치노 마시면서 과일을 먹으니 나름 괜찮다. 과일을 먹으면 입안에 남아 있던 단맛도 가시고, 다시 프라프치노를 먹으면 단 맛이 확 느껴진다. 이런 간극이 좋다.


 오늘 여기서 책 한 권을 다 읽고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사오려고 했던 포스트잇도 까먹고 사오지 않았다. 가방에 남은 것이 있어야 할텐데.